말이 늘어서일까, 집이 시끌시끌해졌다.
두 돌 때 보다 체감이 많이 되는 한 달이었다.
키, 몸무게 등 신체의 변화는 적었지만 머리와 마음이 성장했다.
이제 우산은 스스로 들어요!
팔 힘이 좋아져서 유아용 우산을 스스로 들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에도 혼자 우산을 들긴 했지만, 우산을 들고 걸으면 크게 휘청거리던 기억이 난다. 사실상 비를 막아주는 역할은 하지 못했었던..ㅎㅎ 그런 아이였지만 이제는 제법 잘 들고 다닌다.
스스로 누르지 못하던 버튼이나, 잘 들고 있지 못하던 청소용 밀대도 잘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가끔 의자나 책상을 밀어서 조금 골치가 아프지만..ㅎㅎ 일단 강해졌다.
엄마 뭐 해~? 아빠 뭐 해~?
한 달 사이에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말 수가 드라마틱하게 들었다. 지난달부터 단문이 늘면서 대화가 조금 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말이 더 길어졌고 질문이나 요구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을 단연 'ㅇㅇ뭐 해?'라는 질문이다. 이 시기쯤 되면 소위 '뭐해병'이 걸린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정말 많이 하긴 한다. 'ㅇㅇ뭐 해?'라는 질문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 벌써 하루가 지나갔구나'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하다. 아이가 모처럼 질문을 많이 던지니 열심히 대답하고 있다. 역으로 질문을 할 때도 있는데, 의외로 대답을 잘한다. 'ㅇㅇ 앉아있어', 'ㅇㅇ 놀고 있어', 'ㅇㅇ 장난감 보고 있어' 등 자기 상태를 너무 정확하게 표현해서 놀라기도 한다.
말이 늘면서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말을 그렇다 쳐도 노래를 부르는 건 조금 신기했다. 주로 부르는 노래는 타요 오프닝, 작은 별, 곰 세 마리인데, 최근 부를 수 있는 곡이 많이 늘어서 기분에 따라 바꿔 부른다.
머리를 굴리고 있어요!
최근 들어 아이 지능이 발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선 물건 위치를 잘 기억하고 찾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넣은 바구니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찾아간다. 이건 좋아하는 물건이라 그럴 수 있지만, 가끔 내가 찾는 물건을 대신 찾아주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집에서 풍선에 바람 넣는 도구를 찾을 때 아이가 대신 찾아줬고, 또 한 번은 집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 아이가 대신 찾아주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우유 빨대 조정이다. 우유를 먹다가 보면 우유가 줄어들면서 빨대 위치에 따라 우유가 안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이전까지만 해도짜증 내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빨대 위치를 조정하여 우유를 먹는다. 사실 뭐 크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부모가 된 입장에서 보니 신기하고 대견했다.
그 외..
자기 전에 온갖 사물한테 인사를 하고 잔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자러 갈 시간인데 버티고 있는 아이를 회유하려고 인사를 시키던 습관이 이어진 것 같다. 각종 장난감부터 창 밖의 자동차까지 꼬박 '안농~'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후 방으로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선호하는 무언가를 찾는다. 음식은 뽀로로햄, 계란, 고기 정도가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노래를 찾는다. 하지만 동요가 아니고 차에서 듣던 신나는 댄스곡을 찾는다!
최근 소유욕이 강해졌음을 느끼고 있는데, 아이와 바나나 간식을 먹던 중, 바나나 끝에 얼마 남지 않았던 소량의 바나나를 먹었다고 오열했다. 아이는 일주일을 우려먹었다. '바나나 빼서머거떠! 바나나 빼서머거떠!'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ㅠ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인형을 잡고는 '김서방~'이라고 말해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빵 터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어른들이 말하는 걸 듣고 따라 하는 것 같다. 이래서 아이 앞에서는 말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ㅎㅎ
최근 이성에 눈을 뜬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특정 여자친구에게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수줍어한다던가, 손을 잡는다던가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만 그러는지, 어린이집을 제외하고는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요즘 걸으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머니에 손 넣고 걷는 것에 꽂혔을 땐 특히 주의있게 본다.
한참 호기심이 많을 때라 이해는 하지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니 다행이지만, 얼굴에 상처가 사라지질 않는다.
다음 달엔 깨끗한 얼굴이 되어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