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 아이가 두 돌이 되었다.
두 돌이라서 특별한 건 역시 없지만, 몸과 마음이 자란 것 같다.
아이는 여전히 단비모드, 그래도 다루는 법을 알게 되어 소통 중이다.
나도 스스로 먹을 수 있어요!
아직 밥을 먹여주고 있지만, 간혹 아이 스스로 도구를 이용하여 식사를 하기도 한다. 숟가락이나 어린이 젓가락을 주로 사용하는데, 젓가락은 아직 서툴러서 숟가락을 자주 주고 있다.
제법 잘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이가 스스로 식사할 때마다 집이 지저분해지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기 위해 자주 시키진 않았는데, 요즘은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손을 내밀어 기회를 자주 주고 있다.
주로 밥, 계란 위주로 가져가며, 고기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고기는 희한하게 손을 자주 쓴다. 가끔씩 먹을 때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주의를 준다. 한 번은 국수를 먹을 때가 있었는데, 집이 이모양이 되고 난 뒤로는..ㅠㅠ 절대!! 절대!! 국수일 땐 숟가락 젓가락을 주지 않는다. 밥그릇도 안 준다. 아니 그냥 국수를 뺄까..
이거 뭐야~?
지난 한 달은 아이의 궁금증이란 것이 폭발하는 시기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알려주는 재미가 생겼다. '이거 뭐야~?'는 어느 날 아주 뜬금없이 시작해서 정확한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주로 집 안에 익숙한 물건들을 가리키며 질문했었다. 매일 보는 집안이지만 항상 궁금해했던 걸까? 무차별 질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꽤 즐거웠다. 특히 밖에서는 적절한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좋았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집에서는 정신이 좀 없었다. ㅎㅎ 그래도 집에 있는 컨텐츠는 한정적이니 곧 횟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이제 고기라고 제대로 말해요!
한동안 단어를 변형하면서 부르던 아이였는데, 이제 제대로 부르게 되었다. '끙때'라고 불렀던 걸 이제 '고기'라고 잘 발음하기 시작했고, '금바빠'라고 불렀던 걸 이제 '고구마'라고 잘 발음한다. 그래도 아직 자기 마음대로 부르는 단어가 있긴 한데, 대부분 처음 듣는 단어라 금방 바뀔 것 같다. 유일하게 '계란'만 '미오'라고 부르는 특징이 있다.
말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지 단문이 꽤 늘었고, 단어카드에 대한 애착이 늘었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ㅠㅠ) '밥 머거떠', '이거 아니야', '여기 이써써' 등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말을 잘해서 제법 대화가 된다고 하며, '말하기 선구자' 느낌이라 같은 반 아이들도 덩달아 말이 트고 있다고 전해줬다.
바깥 음식은 맛있군요?!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말 그대로 외식을 시작했다. 일단 아이 친화적인 메뉴로 단연 우동을 꼽을 수 있고, 최근에는 튀김옷을 제거한 돈가스를 먹이는 데 성공했다. '튀김옷 벗긴 돈가스는 그냥 고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첫 시도가 아니었고, 이미 여러 번 거부했던 돈가스였기에 의미가 있었다. 다음 음식을 고르고 싶은데, 뭘 골라야 될지 고민이 많이 된다.
최근엔 마트 시식코너에서 우연히 가자미를 먹었는데, 뱉지 않고 의외로 아주 맛있게 먹어서 놀랐다. 아이가 잘 먹어서 시식코너 직원이 흐뭇하게 보고는 대략 가자미 반마리는 주신 것 같다. 그래서 샀다.
나도! 나도!
요즘은 이런저런 행동이나 말을 따라 한다. 이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부쩍 많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말하는 걸 따라 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단어 선택을 나름대로 신중하게 하고 있다. 무심결에 툭 튀어나온 단어를 아이가 오랫동안 따라 해서 교정하는데 꽤 애를 먹기도 했다.
우리 집은 특정 시간에 청소나 정리를 하는데, 아이도 같이 하겠다고 청소도구를 가지고 와서 같이 하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쓰는 도구를 쓰겠다고 울부짖어서 청소도구를 넘겨주는 일도 종종 있다.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이 노랫소리에 맞춰서 춤을 추면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번 감기에 걸렸을 때 '쌍콧물!'이라고 말하면서 같이 웃었더니, '쌍콧물!'을 계속 외치며 춤을 추기도 했다. ㅎㅎ
토닥토닥~
우리 집은 아이가 자기 전에 허밍으로 노래를 불러주는 전통(?)이 있었는데, 최근 이 전통이 깨지고 엉덩이 토닥토닥으로 바뀌었다. 자기 전에 꼭 토닥토닥을 해달라고 하는데, 꼭 엄마의 토닥토닥이어야 한다. 아빠가 토닥토닥하면 금방 가라고 말한다. 가끔은 토닥토닥하기도 전에 아빠는 가라고 할 때도 있다. ㅎㅎㅎ
혹여나 아빠가 싫은가 생각을 해봤지만, 아빠와 놀 땐 이렇게 정신없이 잘 놀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일단은 항상 둘 다 부른다는 점에서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토닥토닥은 엄마만..!!)
그 외..
요즘 아이가 엄청 즐거운가 보다. 나도 예전보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편해져서인지 더 즐거워졌다. 집이든 밖이든 지칠 줄 모르고 엄청 열심히 논다. 가끔은 좀 적당히 놀았으면 좋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즐거운 건 좋은 일이다.
이를 닦을 때 꼭 아이가 먼저 닦고 싶어 한다. 꼼꼼하게 닦아주기 위해 부모가 먼저 닦아준 후 아이한테 칫솔을 넘기고 싶은데, 오열하면서 거부하는 아이의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아이가 먼저 이를 닦고 부모가 닦으려고 하면, 이미 이를 다 닦았다고 양치를 거부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양치 시간은 하루 중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는 경우 많아졌다.
스스로 지친 줄 모르고 헛짓거리(?)하다가 다치는 일이 많아졌다. 주로 자기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달리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씩 소파 같은 구조물에서 뭔가 일부러(?)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두꺼운 매트가 있어 크게 다치진 않는다. (장난감만 없어라 제발..) 최근에는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피곤해서 앉은 채로 앞으로 기울어져 살짝 다치기도 했다. 걱정은 많으나 신나게 노는 모습은 항상 보기가 좋다. ㅎ
벌써 24개월이 지났다니 시간 참 빠르다. 이때까지 사진을 훑어보니, '우리 아이가 이렇게 생겼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게는 1개월, 많게는 2개월이면 다른 얼굴이 되어 있었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앞으로 즐거운 일이 많길 바라면서, 우리 아이 만 2세 인생 시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