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쳇바퀴 도는 일상과
아이의 짜증을 대처하지 못해
짜증이 늘었던 한 달이었다.
첫째
첫째는 용감하고 겁 많은(?) 아이라는 생각이 최근 들었다. 이것저것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긴 하는데, 생소한 일이면 씨-익 웃으며 망설이는 모습이 재밌다. 또, 아직도 불안하거나 심심하면 손가락을 빠는데, 무의식 중에 습관성 행위로 보인다. 최근 잠들기 전 어두움을 무서워해서 무드등을 하나 장만했다.
각성했어요!
이번 달 가장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아이의 각성을 대처하지 못해서다. 우리 아이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각성하면 길고 오래가서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주로 재밌게 놀 때 발생한다.
1. 재밌게 놀다 보면 흥분해서 자제력이 떨어진다.
2. 놀이 시간이 끝났는데 더 놀고 싶어서 흥분한다.
3. 정신이 몽롱하여 자야 할 시간인데 잠들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위에 언급한 상황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각성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가?'보다는 '각성 조절이 어려운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눈치 없이 짜증에 짜증으로 맞대응을 했고,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지금 짜증을 내려놓고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은 후,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자', '잘 안되더라도 반복해서 알려주고 짜증 내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잘 안 되는 게 힘들었다. 요즘 아이가 말도 많이 늘어서 말대꾸도 잘하고 있어 시간만 늘어지고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내가 짜증을 많이 낸 날이 있었다.
그랬더니 첫째가 스마일 마라카스를 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아빠, 이거 받으면 화내지 않고 웃게 될 거예요!"
첫째는 역시 정말 용감하고 밝은 아이다.
어른보다 먼저 손을 내밀다니. 고마워서 꼭 안아줬다.
대략 한 달 정도 서로 난리를 치고 나니, 아이가 흥분했을 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 것 같고, 몰라도 알아내기 위해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머리를 쓰기 시작했어요!(?)
머리야 진즉부터 쓰기 시작했겠지만, 최근 들어 이해력이 많이 늘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길래 한번 가르쳐봤는데 곧 잘 따라 했다. 또 예전에는 블록 놀이 시 딱히 정해진 모양을 만들지 않고 아무 블록이나 조립했었다면, 지금은 특정 모양을 타겟으로 블록을 조립하는 게 느껴진다.
블록을 다 만들고 '비행기예요!'라고 자랑을 하러 오기도 한다. 가끔씩 블록을 쌓아 만든 건물에 나름의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모양도 제법 예쁘다.
둘째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람이 없으면 운다. 아, 당연한 건가?(...)
성장! 또 성장! (69cm / 8.2kg)
둘째는 벌써 아랫니가 났다. 첫째에 비하면 진짜 이가 빨리 났다. 6개월 영유아 검진에서 키 백분위가 95로, 하늘을 뚫을 기세인 걸 보면, 둘째는 성장이 참 빠른 것 같다.
주변에서 나중에 입으라고 물려준 옷들이 있는데, 벌써 돌쟁이 옷을 입고 있다. (80 사이즈!)
뒤집기를 성공하더니 곧 되집기도 성공했다. 이젠 되집다 못해 굴러다녀서 아주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봐야 한다. 가끔 울 때를 보면, 엄한데 굴러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황인 경우가 많다.
지난번 촬영 모델의 결과물이 나왔다.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 외
첫째가 카봇 마이스터 놀이에 심취했다. 폼이란 폼은 다 잡는 중이다.
첫째가 잡고 있는 큐브가 바로 무드등이다.
별 건 아닌데,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나도 안 하는 골프를 했다.
첫째는 강아지풀, 민들레홀씨를 좋아한다. 등원시간에 발견하면 항상 그곳에 머물다 간다.
둘째가 수영을 했는데 첫째보다 약간 더 역동적이다!
둘째는 여기저기서 순하다고 난리다. (그런가..?)
첫째가 놀 때 둘째를 끼워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로 잘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래저래 다사다난했던 한 달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성장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 알 것 같다.
다음 달도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