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3돌이 되었다.
예전보다 대화는 잘 되는데 어째선지 더 힘들어진 기분이다.
이번 달은 유독 힘들었던 기억들이 더 생생하게 남아있다.
첫째
신난다! 좋아! 우와!
이런저런 작은 문제와 투정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잘 먹고 잘 논다. 겁이 있는 편이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고, 적응 시간만 있으면 어디든 잘 다니는 것 같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부모와 성향이 이렇게 다른 건 언제 봐도 신기한 수준이다.
장난꾸러기가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본인 스스로 신난다, 좋아, 우와 같은 말을 쓰는 게 정말 신기하다. 내 어렸을 적 사진 보면 죄다 졸린 사진이던데..ㅎㅎ 성향이 이렇게 다르다.
엄마 아빠 좋아요!
예쁜 말을 자주 한다. 조금 당황스럽긴 한데, 뜬금없이 '나 할 말 있어요!'라고 하더니 '엄마(아빠)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 밖에도 너무 예쁜 것 같다느니, 귀여운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밝고 활발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 같다.
조금 단점이 있다면 반동으로 인해 체력 고갈이 빠르다는 점이다. 그래도 스스로 어떻게든 버티려고 발악을 하는데, 아래 후술할 '싫어요~ 거짓말!' 효과가 증가해서 조금 힘들어진다.
싫어요~ 거짓말!
'싫어요~' 입에 달고 산다. 스스로 아닌 걸 알면서 장난을 치는 거다. 누가 봐도 일부러 장난치는 상황이 매일 이어지니 머리에 참을 인을 새기는 날이 다반사이다. 장난감을 정리한다면서 들고 도망간다던가, 만지지 말라고 했던 물건을 만져서 물건이 손상된다던가, 이미 먹어본 맛있는 반찬임에도 외관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안 먹는다고 버틴다던가.. 특히 스스로 졸릴 때 2배 이상 심해진다.
규칙적인 하루 일과 중에는 씻는 시간이 난관이다. 동생부터 씻어야 한다, 머리는 안 감을 거다, 화장실 들어오다가 도망치기 등등 아주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씻기를 거부한다. 살살 달래서 잘 씻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손에 꼽는 수준이다. 항상 말로만 하니 잘 안 먹혀서 씻는 시간이 많이 늘어지고 있어서, 요즘은 일정 시간 동안 씻으러 가지 않으면 직접 데리러 간다고 얘기를 한다. 이러면 그나마 잘 따른다.
거짓말이라는 단어도 늘었는데, 아마 첫째가 알고 있는 가장 심한 말이 '거짓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엄마 아빠한테 기분이 나쁜 상황에서 자주 사용한다. 처음에 이해를 잘 못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적도 있었는데, '거짓말'을 외치면서 목소리도 같이 커지는 상황을 지켜보고는 깨달았다.
말은 길었지만, 결론은 그냥 말을 잘 안 듣는다.
불소도포를 했어요!
36개월 구강검진을 다녀왔는데, 이 관리가 잘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꾹 참고 견디며 양치시킨 보람이 있다.) 나는 잘 몰랐는데, 충치 예방을 위해 불소도포를 해주는 게 좋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진행했다. 불소가 아주 달달했는데 첫째가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치과 천장에 넷플릭스가 있는 건 여전히 생소하다.
둘째
성장 중! (66cm / 7.8kg)
지난달까지 분유 먹는데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젠 거의 남기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팔다리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성장 발달을 위해 스와들업도 졸업했다. 최근 부쩍 침도 많아졌는데, 막 질질 흐르진 않아서 다행이다. 대신 투레질이 늘고 본인만의 고유한 소리(?)를 내면서 침을 튀긴다.
첫째 일정에 맞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나름대로 고생 중이다. 그래도 꽤 잘 버티는 느낌이라 고맙다. 첫째는 이맘때 피부가 아토피로 난리였는데, 둘째는 깔끔해서 다행이다.
뒤집었어요!
뒤집었다. 끙차끙차 약 3분 동안 온 힘을 다해 뒤집었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재웠는데 졸리지 않았는지 열심히 뒤집었고, 홈 CCTV가 캐치해 냈다.
둘째가 뒤집을 것을 직감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둘째는 내가 핸드폰만 들면 뒤집을 생각을 안 해서, 직접 제대로 찍진 못했다. 첫 뒤집기 이후 한참 동안 뒤집기를 잘 못하다가(?) 최근 밥먹듯이 뒤집기 중이다.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표정이 진지해서 그런지 항상 열심히 관찰하는 것 같다. 첫째 일정에 맞춰 갔던 아쿠아리움, 동물원에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을 잘한다. 개인적으로 저게 보일까 싶긴 한데, 일단 눈 방향은 관람공간을 향해있다.
특히 손으로 뭔가를 집은 걸 열심히 본다. 물고 있던 쪽쪽이도 본인이 떼서 보고 다시 스스로 물기도 한다. 가끔 수유, 수면, 기저귀 문제가 아님에도 혼자 징징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스스로 근처 물건을 탐구하다가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다. 아직 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그 외
첫째도 엎드려서 자는 걸 좋아하는데, 둘째도 엎드려서 자는 걸 좋아한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엄마가 엎드려 자는 사람이라 그런지 자연스러운 행동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삼성 모빌리티 뮤지엄에 들렀을 땐 같은 전시관을 4번이나 돌았었다. 전시관을 돌 때마다 사진 또 찍자고..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크고 작은 공연 보는 것에 꽤 익숙해졌다. 내가 어렸을 적 크고 작은 공연을 참 좋아했지만 기회가 적었는데, 내 아이들은 재밌는 공연을 많이 접했으면 한다.
첫째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첨벙 첨벙이라고 표현하는데, 물놀이가 좋은 것 같다. 장마라 우산, 우비에 장화까지 신고 나가는 걸 좋아한다. 습하고 더운 장마 기간인데 아이 챙기랴 우산 챙기랴 부모는 번거롭지만, 아이는 엄청 좋아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첫째는 동생 물건을 참 좋아한다. 바운서, 아기체육관, 기타 장난감들 자기가 썼던 건데..ㅎㅎ
둘째 100일 사진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예쁘게 나와서 그런가 업체 새로운 콘셉트 촬영에 모델이 되기도 했다.
첫째 낮잠이 줄어들면서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날이 많아졌는데, 가끔씩 첫째와 둘째가 동시에 오열하는 순간이 생기곤 한다. 이럴때마다 스스로 오열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고.. 짝꿍이 말했다. ㅠㅠ 그만큼 최근 육아 난이도가 부쩍 상승했다.
힘든 날도 있 듯 좋은 날도 있는 법.
육아는 어쨌든 시작했으면 놓을 수가 없다.
다음 달도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