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올해는 좀 더 잘할 수 있으리라 각오를 다졌지만,
비장한 각오가 무색하게 첫날부터 깨물렸다.. 아이는 한창 이앓이와 씨름 중이다.
생각보다 끈질긴 재접근기
이번 달 화두는 누가 뭐래도 재접근기다. 짝꿍이 사라지면 불안감이 몰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짝꿍을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주방에서 일을 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정말 심할 땐 짝꿍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아이가 문을 쾅쾅 치는데,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최근에는 내가 아이를 열심히 달래면서 어느 정도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었다.
짝꿍이 사라지면 불안한 건 맞지만, 이제 아이 스스로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배는 고프지만, 놀고 싶다.
저번달만 해도 밥 달라고 '암!' 하고 소리치던 아이가 이번달 잘 안 먹는다.
아이의 식사 거부라는 게 늘 있을 수 있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보여주는 패턴은 대략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1. 제자리에서 잘 먹는다.
2. 제자리에서 3 숟갈 정도 먹고 자리를 박차고 벗어나려고 한다.
3. 처음부터 거부하고 논다.
가끔 수저나 포크를 쥐어주고 스스로 먹게 하는 경우도 있다.
대게 1번 상황일 경우 진행하게 되는데, 그날은 서로 참 즐겁다.
보통 2번이 많고, 2번 상태에서 식사 거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고 놀면, 찾아가는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밥을 먹이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굶길 수는 없어서 고민이 많다.
밥은 안 먹지만, 간식은 참 좋아한다. 간식이 맛있는지, 기분이 좋아져서 촐싹거릴 때가 종종 있다.
폭발적인 옹알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옹알이가 다양해졌다. 흐물텅하게(?) 몇몇 단어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마치 문장이라도 만든 것 마냥 길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또박또박 단어를 말하고 긴 옹알이는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단할 건 없는 게, 의미도 뜻도 모르는 소리가 많아서 해석이 불가능하다.
가끔씩 랩 하는 느낌으로 옹알이하는 모습이 무슨 주문 외우는 것 같이 보여서 재미있다.
그 외..
요즘 아이의 시그니처 단어는 '빠방-'이다. 자동차를 정말 좋아해서 입에 붙었다.
근처에 자동차가 있으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한참을 구경하기도 한다.
집에서 퇴근시간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보면, '빠방 빠방-' 신이 난다.(?)
한 번은 식사를 거부하고 붕붕카랑 놀길래, 방으로 치웠더니 오열하기도 했다.
그때 붕붕카를 치운 곳을 가리키고 옹알이하던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외출도 특히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한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둘 다 멀미가 심하다.
2023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쳇바퀴처럼 똑같은 육아 일상이 당장 바뀌진 않겠지만, 조금 더 힘내보기로 한다.
올 한 해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길 바라본다.
빠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