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자국/생각의 흔적

나는 뭘 해야 하는 걸까?

푸쥬 ! 2024. 10. 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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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올해 여름은 정말 무더웠다. 기온, 열대야 일수, 시간당 강수량, 해수면 온도 1위를 갈아치우면서 최악의 여름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언제 더웠었냐는 듯이 어느덧 기온이 한자리까지 떨어졌다.

 

 

나는 뭘 해야 하는 걸까?

요즘 내 상태와 비슷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라는 존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분노를 억누르고(가끔 터뜨림..) 지냈던 하루가 너무나도 고되었었는데, 이제 좀 살만해져서 그런지 힘들었던 날을 잊어버렸다. (지금 자라는 둘째가 다시 상기시켜 줄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전히 힘든 육아지만, 요령이란 게 생겼달까, 아이도 얘기하면 말을 듣던 안 듣던 관계없이, 내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걸 바라는지 알아듣는 것 같아 한결 가벼워졌다.

 

둘째가 생겼음에도, 일상이 익숙해지고 몸이 좀 괜찮아지니 좀 살만해진 것 같다. 동시에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걸 상당히 좋아했던 내가 거의 매 주말마다 외출할 정도로 외출 빈도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 아이 덕분에 처음 가보는 곳도 새로운 경험도 많았다. 순간순간 정말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다. 뭔가 고장 난 기분이다. 즐겨하던 게임도 썩 끌리지 않는다. 예능 몇 개 챙겨보고, 좋아하는 음악 몇 개 반복해서 듣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평일 하루 일과를 살펴봤다.

 

6시 출근

점심시간 운동

퇴근 후 육아, 집안일 (20시~21시 종료)

1~2시간 빈둥거리다 수면

 

쭉 텍스트로만 읊어서 그런 건지, 그냥 재미없는 건진 몰라도 정말 재미없는 인생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인생 같기도 하고.. 루틴이 정해져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집안일 끝나고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서 좀 찾아봤다. 키워드는 '하고 싶은 게 없다', '취미가 없다'였는데, 대부분 취미 생활 추가, 자녀 출산(?)을 권했으며, 가끔은 거창하게 목표를 가지라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10대, 20대 땐 지금보다 훨씬 별로였지만, 이상하게 하고 싶은 운동도 많았고, 출시될 게임, 발매될 음악을 가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작은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내가, 지금은 더 크고 많은 걸 가져도 예전만 못하다. 배가 부른 걸까, 인생에 기대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기분이다. 지금은 애초에 목표란 게 필요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는데, 그래도 뭘 해야 될 것 같은 강박은 있고.. 이런 게 번아웃이라는 걸까.

 

그럼에도 힘을 내야 한다.

책임질 것들이 많기에.

참 어려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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