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소중한 하루

깨물려 온 아이, 오랜만에 속이 들끓는다.

푸쥬 ! 2023. 3. 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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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지 3일 차가 되었다.

선생님께서 어린이집에서 활동도 활발하고 밥도 잘 먹는다고 하셨다.

내심 뿌듯했지만, 어째 일이 너무 순탄하게 흘러간다 싶었다.

 

짝꿍이 아이 옷을 갈아입히다가 어깨에서 깨물림 자국을 발견했다.

분명 담임 선생님은 놀다가 친구한테 손가락을 살짝 깨물렸다고 했었는데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경미한 수준이어서 주의만 부탁드렸었다.

하지만 어깨 쪽은 담임 선생님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깨물려 온 아이, 오랜만에 속이 들끓는다.

도대체 얼마나 문 건지 피부가 살갗이 벗겨지고 피가 나더니 나중엔 진물까지 나왔다.

내 자식이 무슨 일을 당했는데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이 이렇게 열받는 일인 줄 새삼 깨달았다.

흔히들 말하는, 소위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기도 했다.

옷 위로 깨물린 상처긴 하지만,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하여 병원에 다녀왔다.

 

어쨌든 자초지종을 알아야 하니 짝꿍한테도 연락해 보고, 담임 선생님께 여쭤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린이집에서 식판 정리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깨물린 것 같다.

처음 발견 당시 우리 아이가 '아야! 아야!' 하면서 가해 아이를 지목하며 소리쳤는데,

담임 선생님은 경미하게 물렸을 때 이야기를 하는 줄 알고 아이를 달랬다고 말하셨다.

 

주변에 육아 선배들이 많아서 물어보니, 어린이집에 보내면 별의별 애들이 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꼬집는 애, 할퀴는 애, 장난감 던지는 애 등등.. 기관에 일찍 보내면 복불복이라고 한다.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의외로 의견이 많이 나뉘었다.

'어린이집 강하게 따져라', '아이한테 잘 못해줄 수 있으니 적당히 따져라',

'애들 기질이 다 달라서 어쩔 수 없으니 이런 일이 없도록 기도나 하자',

'적당히 대응하면 가해 부모가 가볍게 생각하니 불러서 보자고 해라'

등등 각자 다른 의견들이 나와서 더 혼란스러웠다.

 

아이 하원 전까지, 어깨 깨물림 상황을 모르고 있던 담임 선생님에게 매우 화가 났었다.

그 식판 정리하는 찰나의 순간을 놓쳐서 아이가 심하게 깨물린 것 아닌가 싶어서다.

한편으론 그 찰나의 순간까지 다 케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

 

결국 대응은 전화로 담임 선생님께 신신당부 부탁드리는 것,

그리고 상대 부모님에게 꼭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매우 강하게 말씀드리는 게 다였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 상처 사진을 보자마자 전화와 메시지로 재발 방지와 함께 사과를 여러 번 하셨다.

최대한 분리 조치를 취해준다고 하셨는데, 내일 등원해서 이야기를 한번 더 들어봐야 될 것 같다.

이 날 오후 상대 부모님도 사과와 재발 방지를 하겠다고 담임 선생님을 통해 말씀해 주셨다.

너무너무 화가 났고, 지금도 화나지만, 잘 부탁드린다고 신신당부를 드리는 것으로 일단락될 것 같다.

조금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담임 선생님 첫인상이 좋았어서 더 믿어보고 싶기도 했다.

 

'부모가 되면 정말 다르구나', 뭔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유형의 깊은 빡침이었다.

가해 아이도 아직 매우 어리고, 서로 습관이나 기질이 다르다지만,

순간적으로 이해보다는 화가 먼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유난 떠나 싶었지만, 이건 분명 유난 떠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깨물리고 왔는데도 집에서 해맑게 노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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