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택근무가 없어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아이 성장과정을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없는 게 너무 아쉽다. 짝꿍 혼자서 아이는 잘 보고 있는지, 아이가 말썽은 안 피우는지(그럴 리가?) 걱정될 때가 많다. 빨리 퇴근해서 도착해도 아이가 거의 잘 시간이니, 마주할 시간도 짧다. 그래도 일은 해야 되니까, 어쩔 수 없긴 하다.
우리 아이는 이유식을 잘 먹는 편에 속하는데, 최근 짝꿍의 말로는, 이유식 재료에 따라 이유식 먹이기 난이도가 널뛰기한다고 한다. 특히 생선이 포함되면 그렇게 힘들다고 한다. 표정이 참 리얼하다. (생선 아직 좀 남았는데..)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흘러야 될 시간이 흘러 아이가 만 10개월이 되었다. 재택근무든 출근이든 아이의 시간이 빨리 가는 건 변함이 없다. 아이 앨범을 훑어보니, 아이가 쑥쑥 자랐다는 게 느껴졌다. 아이 성장 발달 과정을 정리하려고 카테고리를 나누어봤는데, 전문가처럼 나누기가 너무 힘들었다. 사실 머릿속이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ㅠ 나름대로 내가 본 아이의 큰 변화들을 작성해봤다.
인지능력이 상승하고 자기 주관이 이전보다 뚜렷하다.
좋아하는 것에는 확실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물론 아빠가 좋아해서 태우기 시작했지만, 우리 아이는 목마 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목마를 태워줄 때면 아이는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안전을 위해 닫아놓은 베이비룸을 열어주면 아주 좋아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힘을 쓴다.
싫어하는 것에는 확실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분명 1개월 전만 해도 목마를 타다가 내려올 때 웃으면서 내려왔는데, 지금은 아이를 목에서 떼어놓고 내려놓기 시작할 때부터 징징대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에게는 허공답보(?)라는 필살기가 생겼다. 가끔 내가 베이비룸에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 좋아서 기어 올 때쯤 문이 닫히는 상황이 종종 있다. 이 상황이 되면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이건 예전에도 있었지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예전보다 격하게 짜증 내는 모습이 느껴진다.
운동능력이 상승하여 물건을 집고 나른다.
요즘 뒤집기 되집기는 아주 손쉽게 하고, 심지어 스스로 낙법까지 배운 모양이다. 아이가 앉아있다가 몸 중심이 무너져 뒤로 넘어지려고 할 때, 스스로 몸을 휘리릭 돌리면서 머리를 보호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혹시 몰라서 손을 뻗긴 했는데, 요행이지만 분명 낙법이었다! (호들갑 99%) 원래 그렇게 넘어지는 시나리오였다면 할 말은 없지만..ㅎㅎ
예전에 장난감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장난감 중 높이가 있는 장난감들은 죄다 실패했었다. 물건을 집고 손을 높이 올리면 물건을 곧 잘 떨어뜨리거나, 다른 곳에 옮기는 정교한 작업이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정교한 작업이 어려워서 장난감을 곧 잘 떨어뜨린다. 최근 아이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려 공을 집어서 투하한 것이다. 높은 곳에서 투하한 장면은 아쉽게도 못 찍었지만, 자기가 스스로 공을 집어서 굴린 것에 의미가 있다! (부모가 호들갑이 심하다.)
하루 뒤에는 조금 능숙해지더니, 공을 집고 장난치기도 한다. 공이 내려가면 약간의 효과음이 발생해서 아이가 좋아한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보고 있는 내내 아이처럼 마냥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어디를 붙잡고 서있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대신 무릎을 꿇고 몸을 쭉 뻗어 어딜 올라가거나 넘어가고 싶다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발달에 딱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고, 걱정하는 것도 아니다. 하필 주변에 비슷한 월령대의 아이들이 어딜 붙잡고 서서 노는 중이다.(빠르다) 막상 운동발달 이야기를 쓰다 보니 생각났을 뿐,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중이다.
무언가를 보고 따라 한다. (사회성 발달..?)
요즘 짝꿍이 아이한테 어떤 포즈나 행동을 가르치는 중이다. '그걸 배울까?' 싶었는데 결국 뭔가를 배우긴 했다. 짝꿍은 아이가 인사를 배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짝꿍이 '안녕!' 했을 때, 아이가 '팔로 게임기 버튼 연타하는 모습' 같이 위아래로 팔을 흔든다.
안녕을 가르치더니 짝꿍이 재미가 들려서 뽀뽀도 가르쳤다. 정확하게 뽀뽀를 하는 걸 가르친 건 아니고 아니고 입 모양을 배웠다. 금붕어처럼 입을 모으는데, 배우고 난 후부터 아주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다.
언어능력은 약간 상승했으나,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내가 아이를 부르면 내쪽으로 보는 건 맞지만, 이게 불러서 본 건지.. 소리 나서 본 건지 잘 모르겠다. 테스트로 일부러 인상 쓰면서 말해봤는데, 아이는 그냥 웃고만 있으니 역시 잘 모르겠다. ㅠ 가끔씩 스스로 '바바바마마마~'라고 옹알거리면서 '엄마', '아빠'라고 우연히 소리를 낸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인디언 놀이(?)를 통해 '아빠', '엄마' 단어를 듣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능력들(?)로 부모를 즐겁게 한다.
잘 모르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대부분 모르잖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자주 떨어뜨린다. 가끔은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쳐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컨디션이 제법 괜찮다. 하지만 가끔 장난감을 구석으로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누가 봐도 일부러 구석을 비집고 들어가서 장난감을 떨어뜨리는데, 장난감을 다시 못 꺼내와서 혼자 징징대는 경우도 있다.(??) 꺼내 주면 한동안 잘 놀다가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호에엥..!
이외에도 몇몇 재밌는 패턴들이 보인다. 우리 아이는 구석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에듀하우스를 애용한다. 에듀하우스에 들어가면 꼭 장난감 하나를 저장하고 나오는 기분이다. 놓고 까먹은 건지 저장하는 건지 모르겠지만..ㅎㅎ
호기심이 제법 강해졌고, 모험심(?)도 생겼다. 베이비룸을 오픈하고 방문을 열어놓으면 여기저기 온 집안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가끔은 사진처럼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최근에 아이가 미닫이 중문을 여는 법을 깨우치고 탈출하려고 해서 조심하고 있다.
오랜만에 육아로 고뇌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포스팅을 해봤다.
이때는 우리 아이의 수면교육이 부부의 최대 이슈였고, 고생도 많이 했었다. 블로그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잘 꾸미지도 못했고 뭔가 횡설수설했지만, 가장 나답게 생각하고 쓴 글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종종 클래식하게 포스팅해 볼 생각이다.
육아는 참 즐겁고 재미있는데 어렵고 힘들다. 나보다 먼저 육아를 경험한 부모님·친구들·유튜브 의견, 실제로 아이를 관찰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짝꿍과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하고 있지만, 마음 같아서는 전문가에게 찾아가서 '우리 잘 키우고 있어요?'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육아를 하다 보니, 병원 가서 수다쟁이가 되는 부모들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번 아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