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컨벤션센터, 즐겁고 유쾌했던 오은영의 키즈랜드 토크콘서트
어제 KT에서 주최하는 오은영의 키즈랜드 토크콘서트를 다녀왔다.
토크콘서트는 7월 22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 경기, 대구, 광주,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지역은 경기지역이고,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시점으로 광주(~9/12), 서울(9.17) 지역 신청이 가능하다.
나와 짝꿍이 각각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당첨되었다.
동반 1인 참여가 가능해서 참 다행이다.
아쉽게도 아이와 동반 입장은 불가능한 행사라 고민을 했었는데,
시간제 보육 서비스 제도를 알게 되어 사용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곳에 아이를 맡겨봤는데,
약간의 고난도 있었지만 아이가 씩씩하게 있어줘서 고마웠다.
이번 강의를 위해 휴가를 내고 수원 컨벤션센터로 왔다.
토크콘서트는 3층 컨벤션홀에서 진행된다.
즐겁고 유쾌했던 오은영의 키즈랜드 토크콘서트
조금 촉박하게 와서 그런지 이미 사람이 가득했다.
일찍 왔으면 Q&A 작성을 했을 텐데, 아쉽긴 했지만, 강연 시간이 촉박해서 거의 확인하지 못하시긴 했다.
오박사님은 나중에 방송, 저서 같은 곳에 녹아들 수 있도록 가져가서 본다고 하셨다.
입장권 교환 후 팔찌를 차고 입장할 수 있다.
안내요원이 되도록 앞자리를 채워달라고 하셨지만...
저기.. 앞자리가 없잖아요..? 😥
오박사님은 맨 뒤에서 나타나셔서 온 좌석을 휘저으셨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왜 힘들까?
한정된 시간에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하신 것 같다.
글재주가 없어 두서없이 기억나는 부분들을 정리해봤다.
우선 아이 키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정말 여러 번 강조하셨다.
늘 육아 솔루션을 술술 풀어가시지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아시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1. 너무 소중하고 사랑해서 아이가 잘못될까 봐 두렵다.
공감 가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출산 이후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우스운 이야기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제법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런 아이가, 그래서는 안되지만, 설사 잘못될 까 무서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잘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른다.
이건 내가 겪었고, 겪고 있는 이야기다. 아이를 낳긴 낳았는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사실 주변에서 훈수 두는 사람들은 참 많은데, 말도 제각각, 근거도 딱히 없어서 처음엔 혼란스러웠었다. 사실 육아에 정답이란 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 참고할 만한 이정표도 없는 것 같다.
3.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육아하는 분들은 아마도 이게 제일 답답한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르는 게 자연스럽지만, 너무 답답하기 때문에 우울감과 무력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무력감이 몰려들면서 굉장히 우울해질 수 있다. 육아 초반에 매우 힘들어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오박사님은 학교에서 지혜를 알려줘야 하는데 지식만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애착을 연구하는 어느 학자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참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양육할 때 부모에게 배운 방식
그대로 양육하는 경우가 90% 가까이 됩니다.
지금 아이와 힘들다면,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성찰하여 대물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훈육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아이가 돌발 행동 내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부모는 불안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 아이의 행동을 빨리 교정하려고 한다. 여기서 보통 문제가 생기는데, 부정적인 비난은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그 꼴'을 견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아이가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길러주고, 잘 처리할 수 있도록 꼭 '말'로 가르쳐야 한다면서, 아이와 마음을 연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꼬일 것이라 하셨다.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은 잘해주고, 잘못된 행동은 분명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다. 할 말은 하되, 노여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물론 절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이셨다. ^^;; (그 꼴을 견뎌라!!)
간혹 옆에 걸어가는 아저씨한테 '이놈 아저씨'라는 호칭을 써가며 대신 혼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말로만 들었었는데 최근에 본인이 당해봤다.) 양육의 주체는 부모다. 부모가 한 발 옆에 물러서지 말라고 하셨다.
욕구 지연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욕구 지연은 정서적 불안함을 견뎌내는 힘이다. 오박사님은 장난감을 사지 않기로 아이와 약속하고 밖에 나갔는데,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때 부모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 하는데, 간혹 다그치는 부모들이 있다.
돈 없어!
장난감 안 사기로 약속했지!
약속을 안 지키면 나쁜 아이야!
나중에 할머니한테 사달라고 해!
돈이 없다고 말하면, 똑똑한 아이들은 부모 가방을 뒤져보기도 한다. 사전에 장난감을 사지 않기로 했으니 못 사준다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를 지도하면 된다. 자칫 아이가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아이가 슬퍼하고 짜증을 내도, 그것은 아이의 감정이니 표현하게 두고, 스스로 속상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공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석 Q&A 시간이 있었는데, 시간 관계상 질문 2개만 답변해주셨다. 원래는 11시부터 1시간 오박사님이 거의 2시간 가까이해주셔서 사실 큰 불만은 없었다. (오박사님이 두 번째 질문을 받았을 땐 '이거 2시간짜리야!!' 하시긴 하셨다..^^;)
앞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지만, Q&A 시간이 정말 재밌었다.
사실 첫 번째 질문은 2개 질문을 합친 질문이었다.
Q1. 13개월 아이가 물건을 자주 던지고, 할퀴고, 머리를 잡아끌고 소리를 지르며 때로는 난폭해져서 더 심해질 때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3살 5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데, 훈육은 언제부터 해야 할까요?
우리 아들과 거의 비슷한 월령 대라 관심 있게 들었다. 우리 아들은 난폭하진 않지만, 물건을 자주 던지기 때문이다. 오박사님은 물건을 던지는 행위가 의외로 대근육 발달에 좋은 행동이라며 발달 과정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던질 수 있는 물건으로 쥐어주고 던지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아이가 할퀴고 머리를 잡아끄는 행동은 생존본능으로 보면 된다고 하셨다. (이 부분은 좀 더 길고 자세하게 이야기하셨는데 이런 뉘앙스로 기억한다)
훈육을 언제부터 해야 하는가? 개인 편차를 감안하여 생각하되, 일반적으로 36개월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전까지는 훈육이 아니라 생활지도를 해야 된다고 하셨다. 특히 훈육은 타협할 수 없는 행동(남을 해치는 일,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일 등)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머지는 생활지도에 속한다고 하셨다.
Q2. 사춘기에 접어드는 13살 딸 소녀 이야기입니다. 딸은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엄마 얼굴을 보고 한숨을 푹 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질문에 청중들은 씁쓸한 웃음들을 지으셨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있는데, 사춘기 소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외모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오박사님은 아이에게 외모가 아닌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사랑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하셨다.
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소중하고 유일한 존재임을 각인시켜주고, 양육할 때 외모 언급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박사님은 달변가라고 생각이 되었던 게, 말씀이 끊이지 않았고, 더듬지도 않고 잘하셨던 것 같다. 유일하게 말씀을 더듬었던 부분은 KT 협업에 관한 설명 부분이었다. 사실 이야기를 재밌게 하셨는데, 포스팅은 너무 진지하게 써버린 것 같다.
오박사님은 참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원론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씀해주셨던 것 같다. 듣느라 적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강연을 위해 하루 휴가를 낸 보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짝꿍과 함께 즐거운 강연을 들어서 기분이 좋다.
소중한 시간 내어주신 오은영 박사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